주상절리 3

주상절리 길, 그 잘랑한 잔도(棧道)

- 신화가 된 엄마의 강물을 만나다 - [서울시정일보 철원=박용신 기자] 주상절리길 잘랑한 잔도(棧道)에 든다. 어렵지? 잔도? 쉬게 접하는 말이 아니니까. 잔도는 한마디로 선반길이다. 벼랑에 선반을 달고 그 위를 걸어가게 만든 길, 중국 산악지대에서 많이 이용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 잔도 길, 저 아래 숭숭 속으로 발묵의 수묵화가 느리게 흐르다 영화의 막장처럼 까맣게 멈춘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가 10m라 했던가? 아마 그 쯤, 오금이 저려 오고 가슴이 잘랑 잘랑 댄다. 안전 난간을 힘껏 움켜지고 고개를 45도 부동으로 반 보씩 옮긴다. 괜히 왔나? 경치고 뭐고~ 순담 게이트 매표소에서 입장료 1만원 짜리를 경로우대로 오천원에 할인받고 2천원 지역상품권으로 받았으니 3..

여행문학 2022.05.13

속세 도솔(蓴潭), 고석정(孤石亭)

날 잊지 말아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서울시정일보 철원=박용신 기자]갑자기 "오페라의 유령"이 생각났다. 주인공 '팬텀'은 잘 생긴 목소리를 가졌으나, 흉칙한 외모 때문에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사랑하는 여인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짝사랑, 크리스틴 역에 '크레어 라이언'이 부르는 아리아 "Think of me" "날 잊지 말아요"가 청아하게 귓전에 울렸다. 요즘, 내가 이상한 질병에 찌들려 몰골이 좀 추해도 나를 잊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자주 오리다. 도피안사야. 다시 "Think of me" 그새 척 졌던 세상과 자연과 산사(山寺)와 그리고 너와 화해를 하며, 또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까? 용기를 낸다. ◎ 두 번째 기행지 고석정(孤石亭) 크래식한 풍경으로 한층..

여행문학 2022.05.04

박제 해 가두고 싶은 연두의 봄날이 간다.

박제 해 가두고 싶은 연두의 봄날이 간다. [서울시정일보 철원 =박용신기자] 여직,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창문을 열어 대지에 아슴한 연두를 본다. 수수꽃다리 연분 향이 달려들어 화급한 성욕이 은근 연애를 재촉하는 신 새벽, 기지개 껴 푸름으로 가는 알싸한 버름의 짧은 봄날을 깊게 호흡한다. 입마개 씌워 골방에 가두었던 육신의 방부(잠시 선방에 머뭄)와 고독을 풀고,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마음이 숨차게 바빠진다. 얼마 만인가? 멍울 진 억압의 시간들, 캐 묵은 륙색에 먼지를 털어 메고 잽싸게 또 누가 붙들 라, 그래 고뿔같은 "이 놈에 코로나" 내 쩐내 나는 골방에 가둬 놓고 길을 나선다. 모처럼 맘 퍼진 하루의 설레는 여행! 나는 철원으로 간다. 이 봄날에 찐하게 청순한 연두에 젖어, 두팔 벌여 하늘..

여행문학 202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