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문학

풀잎편지 - 가절(佳節) 빛의 취하다.

백암 박용신 2014. 8. 19. 14:28

풀잎편지 <추석특집>
색(色), - 1
가절(佳節) 빛의 취하다.

 

당신은 색(色)에 취해본 적 있나요? 고혹한 빛 감(感)으로 은근하게 고고하고 도도하여 별나게
외로우나 항상 친근하게 늘 곁에 있어 느끼지 못하는 색채(色彩). 가절(佳節) 빛이라 하면 어떨까?
물론, 부연의 설명을 하자면 세월에 의해 형성된 더께의 흔적, 본질과 본연의 형체 위에 장엄된
가을날의 축복 같은 거. 햇살 잘 드는 양지녘 다랭이 논에 고개숙인 벼이삭의 황금 빛깔,
탱탱하게 단물이 차 입가에 군침이 도는 가을, 햇 사과 빛깔, 무더운 여름을 견디어 지금 막
결실을 맞이한 알곡들의 그 풍요하고 넉넉한 여유의 익어가는 빛깔, 염색 여장이 치자를 우려

곱게 곱게 길어내 삼베에 입힌 감,홍,청 빛깔, 천년고찰을 지키고 서서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먹고 살아 최초의 단청이 벗겨지고 다시 목재가 들어나 그 목재 나무에 덧칠되는 세월 무게의

범접한  빛깔, 계속된 수행으로 고혹하게 탈색된 고승의 가사(袈裟)자락 빛깔, 그 익어가는

가절 빛을 찾아 이 추석절에 한번 떠나 보는 건 어떨까?

 

▲봉정사 에서 만난 고혹 미려한 색(色), 연꽃 문양 안으로 " 옴마니반메훔"이 한 글자씩 각인되어 있다.

 

<안동 봉정사에서 색(色)을 만나다>
내가 말할 수 없는 거기 그 신비한 빛깔(色)들은 쉽게 노출되지는 않았다. 그냥 아무런 지식도 없이
불쑥 찾아간 절에 첫 일주문부터 옛(古)스런, 예(藝)스런 기운에 형언할 수 없이 압도되어 전율했고,
천년쯤은 시간을 되돌려 그 속에서 나의 육신을 지탱하는 살과 뼈가 갑자기 나이가 너무 먹어 버려
몰락한 종가집 사랑채 툇마루 널송판 미이라처럼 짓눌려 한참을 대웅전 현판만 바라보고 서 있어야
했다. 그렇게 누각과 전각들이 오래된 냄새를 풍기고 있어 정작 미색에 대하여는 잊고 있었다는
얘기다.

▲봉정사는 일주문부터 옛(古)스런, 예(藝)스런 기운에 형언할 수 없이 압도되어  한참을 서 있어야 했다.

 

각설하고 천등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봉정사는 신라 신문왕 2년(682) 의상대사가 지었다고 한다.

부석사를 세운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종이로 만든 봉황새를 날려 보냈는데, 그 새가 내려 앉은

자리에 절을 짓고 봉정사(鳳停寺)라 이름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봉정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확인된 극락전(국보제15호)과 조선 전기에 건립된 대웅전(국보311호)를 비롯,
아담한 전각 화엄강당(보물제448호)과 고금당(보물제449호) 등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건축물들이 경내를 구성하고 있어 가히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국보311호인 대웅전, 특이하게 앞으로 툇마루가 설치되어 있다.

 

<대웅전(大雄殿)>
 대웅전(국보311호)은 조선 전기에 건물로 규모는 앞면 3칸, 옆면 3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특이하게 대웅전앞으로 툇마루가 설치되어 있고 멀리서

보면 단청이 안된 누대의 민 낯 건물로 착각이 들며, "ㅁ"자형 구조로 양 옆으로 왼편으로 화엄강당

(華嚴講堂)과 오른편으로 무량해회(無量海會) 전각이 대웅전을 호위하고 정면으로 만세루(萬歲樓)가

서 있다. 일단 모든 전각들이 근세 화려한 단청의 색이 입혀지지 않아 고색창연(古色蒼然)함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선다.

 

▲질서 정연속에서 색(色)은 정중하고 숙연하게 법당을 지키고 있었다.

 

▲천장 우물반자에서 검홍갈색의 연꽃송이 들이 한 아름 쏟아져 내려왔다.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색(色), 극치를 보여준다.

 

                              ▲불단 양옆 기둥에 금방이라도 승천할 것같은 용이 힘찬 트림을 하고 있다.

 

삼존불 불단 위쪽에 아름다운 소란반자를 설치하고 그 중심에 두 마리의 황룡과 백룡이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 신비함과 권능을 표현했다.

 

<대웅전 천장 우물반자>
대웅전 법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장 우물 반자에서 검홍갈색의 연꽃송이 들이 한 아름 쏟아져
내려왔다. 연꽃 무늬 안으로 불교 경전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진언 "옴마니반메훔"이

쓰여 있고 중앙 글자에는 은근하게 빛나는 안료를 여러 번 덧칠해 도드라져 입체적으로 보이게 했다.
삼존불 불단 위쪽은 아름다운 소란반자를 설치하고 그 중심에 따로 닫집을 대신해 보개를 구성하여
장엄미를 추구하였고 보개의 천장에는 구름이 둥실 떠 있는 하늘을 두 마리의 황룡과 백룡이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 하늘의 신비함과 권능을 표현하였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불단 양옆 기둥에는
금방이라도 승천할 것같이 꿈틀거리는 용의 무늬가 그려 있다. 어찌 우리는 화려하게 튀는 색만
고집하여 현세 모든 사찰의 단청을 알록달록 그리 치장하는지. 진정한 고색창연이 얼마나 인간을
편하게 하는지를 이 대웅전 내부 단청에서 또 한번 깨닫고 그대에게 진정한 색(色)의 진수란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싶었다. 그만큼 섬세하고 고혹한 색(色)의 필치는 가히 사찰 단청의 최고라
할만하다.

 

▲옆에서 바라본 만세루.  바람의 통로에 서 있어  풍화작용으로 인한 깨묵은 목재의 퇴색된 본연의 형체가  아름답다.

   건축년대는 1680경(숙종6)으로 조선 중기 건축연구의 중요한 자료이다.

 

                           ▲얼마나 오래된 법고일까?  푸른 녹이 세월의 더께를 얘기한다.

 

▲정면에서 바라본 만세루.  법고와 목어, 운판이 설치되어 있고 규모가 제법 크다.

 

<만세루(萬歲樓)>
만세루(萬歲樓)는 봉정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진입하기 전 머리를 조아리고 들어서는 2층 누각이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건물로 구조는 아랫부분은 자연석 기단에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웠다.
마루는 평 난간으로 둘러져 있으며 법고와 목어 운판이 놓여져 있고 예불을 알리는 고루로서의
기능을 한다.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색, 바람의 통로에 버티고 서 있어 풍화 작용으로 인한
깨깨 묵은 목재의 퇴색된 본연의 형체에서 내 작은아버지의 미소같은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봉정사 전각들은 예외없이 어느것 하나 오래지 않은 것이 없고 매무새가 어느것 하나 흐트러짐 없이 정갈 반듯 반듯하다.

 

<극락전(極樂殿)>
국보 제15호인 극락전은 앞면 3칸, 옆면 4칸의 조촐하고 단아한 단층 맞배지붕 건물이다.
정면 가운데에 널빤지로 출입 문을 달고 양 옆에는 넓은 창(光窓)을 내었으며, 나머지 벽면은
토벽(土壁)으로 막아 감실(龕室: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처럼 만들었다. 극락전 앞에는
특이하게 삼층석탑이 배치되어 있고 1972년 해체수리시 발견된 상량문은 1625년(인조 3) 중수하면서

쓰여진 것인데, 1363년(공민왕 12)에 중창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늦어도 13세기에는 이 건물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여,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이른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귀중한 건물로 자료적 보존 가치가 높다.

 

▲대웅전 외편에 자리한 "화엄강당". 스님들이 공부하는 방으로 온돌구조로 되어 있다.

 

 

▲대웅전 오른쪽에 위치한 "무량해회" 전각. 스님들의 요사채로 쓰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오래되지 않은 것이 없다. 경내주변 나무들도 모두 고령으로 봉정사 역사를 말해준다. 삼성각

 

<終>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안동 봉정사를 천천히 시간을 내 둘러보며 여름내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당신은 분명 봉정사가는 길에
황금들녘도 만나고 햇사과 주렁주렁 달린 사과농장도 지나며, 아람이 들어 입을 벌린 밤나무의
가시송이도 보게 되고 결국 봉정사에 다다라 대웅전 안에서 진정한 색(色)의 진수로 감탄할 것이
뻔한데.

 

▲햇 사과가 제대로 익어 색(色)을 자랑하고 있다.

 

<봉정사 가는 길>

서울에서>중부고속도로->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제천.단양.영주.예천->서안동IC->안동방향->봉정사

대전방향에서 ->4번 국도->옥천->37번 국도->보은->25번 국도->상주시->예천 →
                      안동방향->봉정사

 

                                          2014. 8.13  취재,  기사 등재 8.19. 풀잎편지 -  백암 박용신

                                                                     (Photo Healing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