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문학

풀잎편지- 소양강에서 처녀부처를 만나다.

백암 박용신 2014. 6. 19. 13:48

소양강에서 처녀부처를 만나다.

<오봉산 청평사 고려선원>

 

 

                ▲청평사 회전문,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려는 의미의 문이다 보물 제164호

 

기차타고, 버스타고, 그리고 배타고 어디 먼길 떠나는 긴 여행처럼 그렇게 출발을 해서 간단하게 하루면

족한, 행복한 만만디 여행. 나의 여행이란? 자그만 배낭에 카메라 한대, 물 한병, 그리고 간식대용 초코렛

2, 계획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산사(山寺)를 찾아 발걸음 닿는 대로 훌쩍 떠나는 일. 마음의 짐 훌훌

덜어 내고 편안하게 산문(山門) 열고 들어가 부처님 뵈옵고 기도삼매에 빠져 시간을 잊다 허기가 지면

공양주 보살께 배 고프다고 사정을 해서 운이 좋게 산채비빔밥 한 그릇 얻어 먹는 일. 경내를 서성이다

바람에 "뎅뎅 뎅그랑" 울려 대는 풍경소리가 좋아서 귀를 쫑끗이다 "뉘신가?" 혹여 스님께서 여쭈어 오면

인생사 고백도 하다 못이기는 척, 법문(法文) 한 자락 새겨 듣는 일. 하여, 집으로 돌아와 다시 내일을

살기위해 힘을 내는 일.

 

                ▲청평사 전각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경내

 

청평사(淸平寺)itx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가야 한다.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소양강 나루까지 가서 유람선

타고 "소양강처녀" 유행가를 부르며 강을 거슬러 올라 20여분오봉산 자락 선착장에 내려1km 남짓,

계곡을 끼고 걸어 올라야 한다. 물론 청평사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길도 있지만, 기차타고버스타고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제격이다. 고샅 협길을 따라 "졸졸 좔좔" 수정처럼 맑은 개울물의 도돌이표 합창을 들으며

징검다리도 건너고 그럴싸한 폭포(구성폭포)도 만나고 마냥 마냥 오르는 길, 여름, 청포처럼 싱그런

갈참나무 활엽수들의 피톤치드를 크게 들이마시며 "룰루랄라" 어느새 중턱, 멀지 않으나 가깝지도 않은,

저어기, 노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릴 때 쯤, 첫 구부렁 둔덕에 서면 계곡 옆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뱀과

여인의 상, 아릿한 전설이 서린 상사뱀과 공주의 형상이 시선을 유혹하며 걸음을 멈춰 세운다.

             

                ▲구송폭포. 수려한 오봉산 풍광의 일부이다.

 

               ▲상사뱀과 공주의 전설을 형상화한 조형물. 비교적 수작의 작품이다.

             

각설하여, 내려오는 전설은 중국 원나라 순제의 딸은 매우 아름다웠기에 궁중을 출입하는 자들은

하나같이 연정을 품고 있었지만 감히 마음을 표하지는 못하였는데, 말직의 청년 관리 하나가 공주를

매우 사모해 괴로워하다가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다. 어느 날 낮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몸이 이상하여 살

펴보니, 난데없이 뱀이 몸을 휘감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였다. 공주를 사모했던 청년의 혼이

상사뱀으로 변한 것이었다. 뱀은 밤이고 낮이고 떨어질 줄 몰랐고, 놀란 황제는 의원들을 불러 갖가지

처방을 해보았지만 상사뱀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공주는 점점 야위어만 갔다. 영험 있는 사찰을 순례하며

기도를 드려보라는 권유에 공주는 중국 천지를 다 돌아다니다가 고려 청평사까지 오게 되었다. 청평천을

건너 회전문 앞에 이르렀을 때 상사뱀은 공주가 걸음을 걷지 못하도록 요동을 쳤다. 10여 년 동안을 함께

있었지만 한 번도 이와 같은 일은 없었으므로 공주는 이상히 여기며 타일렀다. “나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 번도 너를 거스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내가 좋아하는 절을 구경하지 못하게 하느냐?

들어가기 싫다면 잠깐만 여기에 떨어져 있어라. 속히 절 구경을 하고 돌아와서 너와 함께 가겠다이 말을

들은 뱀은 곧 공주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고, 10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공주는 그곳 폭포수를 맞으며 몸을

씻고 절 안으로 들어갔다. 법당과 절의 이곳 저곳을 살피던 공주는 가사(袈裟)를 만들기 위한 비단과 바늘이

널려 있는 방을 발견했다. 그리고 문득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옷인 가사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가 바느질을 했다. 그러고 나서 공주는 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는데, 뱀이 다시 공주의 몸을

감으려 하는 순간 뇌성벽력과 폭우가 쏟아지면서 벼락이 떨어져 상사뱀을 새까맣게 태워 죽여 버렸다.

마침내 뱀으로부터 해방된 공주는 후련하기도 했지만 자신을 사모하다 죽은 상사뱀이 불쌍해 정성껏

묻어주고 청평사에서 머무르다 폭포 위에 3층석탑을 세우고 토굴에서 정성껏 기도를 올려 주고 귀

국하였다고 전한다.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탑과 비, 진락공은 이자현이 죽은뒤 임금이 내려준 시호이다.

 

애절한 공주의 전설과 형상을 뒤로 숨이 차 오를 즈음, 왼편 길가 둔덕으로 아담하게 조성된 부도 하나,

이자현(李資玄·10611125)의 부도탑이 있다. 여기서 이자현 얘기를 해 보자.이자현은 일찍이 청평거사

(淸平居士)자처하며 고려 왕실 개경으로부터 멀찍이 물러나 이곳에서 숨어살았던 고려시대 이개의 아들.

그의 재능을 아낀 예종임금이 수차례 불렀으나, 부귀영화를 사양하고 깊고 깊은 산중 이 곳 오봉산 자락을

(庭園) 삼아 37년간이나 머물렀던 곳. 경운산(慶雲山)이라 부르던 것을 더러운 것을 맑게 하고(),

소란스러운 것들을 평화롭게 한다()는 청평산으로 바꾸고 보현원(普賢院)이라 부르던 것을 문수원이라

개칭하여 평생을 이 곳에서 수도 생활한 거사(居士). 그래서 청평사 곳, , 그의 숨결이 안 배인 곳이 없다.

 

                ▲영지(影池)연못. 이 연못은 이자현이 오봉산 전체를 정원으로 가꾸어낸 증표의 상징이다.

 

부도탑을 지나면 바로 오른편 궁댕이 이자현이 만든 연못이 하나 있는데, 이것이 역사적으로나 학술적으로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정원(庭園)의 일부인 영지(影池) 연못이다. 영지를

지나 오른 쪽으로 적멸보궁 오르는 길이 나 있고 100m 느슨하게 오르면 드디어 청평사 경내에 다다른다.

경내입구에 서면 제일 먼저 다가서는 건물이 전각 형태의 회전문이다. 오봉산 정상봉우리와 대웅전 중앙

붕과 회전문전각 중앙이 일직선으로 배치된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이 회전문은 절에 들어설 때 만나게

되는 두번째 문인 사천왕문을 대신하는 것으로,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려는 의미의 문이다. 규모는

앞면 3·옆면 1칸이며, 앞면의 가운데 1칸은 넓게 드나드는 통로이고 양쪽 2칸은 마루가 깔려있다.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이다. 또한 지붕 처마를 받치는 목재들도 간결하고 건물

안쪽은 벽이 둘러진 공간에 사천왕상 등의 입상을 놓을 수 있게 되어있고, 윗부분에는 화살모양의 나무를

나란히 세워 만든 홍살을 설치하였다. 16세기 중엽 건축 양식 변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건축물로

보물 제164호이다.

 

               ▲경운루(慶雲樓), 이 누각문을 통과해야 대웅전으로 갈 수 있다.

 

              

                ▲대웅전과 나한루, 왼편에 관음전, 오른편에 나한전 앞뒤로 대웅전과 경운루를 지붕을 이어

                  배치한 정방형의 특이한 구조다

 

회전문을 머리 조아려 통과하면 마로 회전문 전각과 구조가 비슷한 경운루이고 바로 머리를 들면 석가모

부처를 모신 대웅전이 다가선다. 대웅전 좌 우로 관음전과 나한전이 자리하고 대웅전 뒷 뜰로 극락전과

삼성각이 자리하고 있다. 잘 헤아려 구조를 살펴보면 가람의 배치가 오봉산 자락 부용봉을 중심으로

대웅전과 전각의 배치, 그리고 앞뜰로 연못, 소양호수, 전형적 배산임수, 명당 자리임을 눈치챌 수 있다.

               

                ▲ 극락보전과 삼성각.

               

                

               ▲범종각. 불사 년도가 근래이다.

 

<청평사 고려선원>

청평사 고려선원은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674번지에 위치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선종도량으로

973(고려광종24)에 백암선원으로 창건되어 일천여년이상을 이어온 사찰이다. 고려시대에는 이자현,

원진국사 승형, 문하시중 이암, 나옹왕사 등이, 조선시대에는 김시습,보우, 환적당등이 머물며 이곳의

자연과 풍광을 노래한 유명한 글들을 남겼고, 고려시대 이자현은 37년간이곳에 머물며 주변 계곡에 암자

(庵子)정자(亭子) 연못 등을 조성하였는데,이렇게 조성된 선원은 인문학적 의미가 크며, 구송 폭포를

비롯한 많은 폭포들이 계곡을 수놓고 있고 자연 그대로 보존된 선동(仙洞)과 서천(西川)계곡, 이들을

에워싼 오봉산 부용봉의 바위들이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고려초기에 건립된 삼층석탑, 이자현이 조성한

영지(影池) 한국 서예사에 빛나는 문수원기비(文殊院記碑)와 시장경비(施藏經碑), 사찰주변에 노란 매화

군락지, 조선시대 스님들의 사리를 안치한 부도, 비를 기원하던 기우터(祈雨壇), 하늘에 제사지내던

천단(天壇)과 제석단(帝釋壇), 공주설화가 서린 회전문등은 청평사 고려선원의 특출한 인문자원이다.

 

딱 하루면 족한 편안한 여행, 어떨까? 기차타고 버스타고 배타고 떠나는 그럴싸한 여행, 더욱이 옆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동행이면 더욱 좋겠다. 

 

<먹을 것>
청평사 관광지 상가 초입에 위치한 고려산장 왕바위식당(033-243-1188) 토속음식점에서

산채비빔밥을 비롯해 산더덕백반, 왕닭갈비, 왕막국수, 감자전, 표고버섯, 약초동동주 등을

맛볼 수 있고, 시내로 나가면 남춘천역 근처에 위치한 퇴계막국수(033-255-3332)의 물막국수와

감자옹심이, 녹두전, 메밀 칼국수도 일품이다.

 

<청평사 가는 길>

꼭 용산역에서 itx 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역 하차 시내버스 12-1번을 타고 소양강댐에서 하차 유람선타고 

청평사까지   전화 033) 244-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