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화단(花壇) 개심사(開心寺)
계절의 시작에서 부처의 꽃을 만나다.
봄. 왜, 꼭 당신은 산골에 있는 절집(山寺), 앞마당에 꽃으로부터 오는지 모르겠소. 경칩(驚蟄)도
지나서 기다리면 내 작은 화단에도 또, 그대의 화단에도 키 작은 꽃다지도 피고 제비꽃도 피어
아, 그대! 봄이구만 하련만, 언제나 가장 먼저 오는 것이 저기 골짜기, 소나무 숲길 지나 도톰한 언덕,
햇빛 잘 드는 명당에 자리, 아담하게 자리한 산사에 고드름 떠난 대웅전 추녀 밑, 하여 더는 기다릴
수 없어서 그대를 마중하러 오늘 개심사에 가기로 했소. 거기 왕 벚나무 능수가지 늘어뜨려 꽃, 망울
열고 안양루 오르는 돌계단 옆으로 화사한 분홍 진달래꽃 인사를 하면, 한 잎, 두 잎, 그 꽃잎을 따서
오물 오물 입을 다시고, 비로소, 아 당신, 봄님 임을 알아 나 거기 개심사에서 여름이 올 때까지
오래도록 머물고 싶소.
▲부처님의 화단 , 매년 잊지않고 꽃씨를 뿌리신다
수덕사(修德寺)의 말사인 개심사는 백제가 패망하기 전, 불과 6년 전인 654년(의자왕 14),
혜감스님이 창건했다. 창건할 당시에는 개원사(開元寺)라 하였는데, 1350년(고려 충정왕 2년)
처능대사가 중건하면서 개심사라 했다. 1484년(성종 15)에 대웅전을 중창했고, 1740년에 중수하고
1955년 전면 보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 대웅보전(보물제143호), 안에는 국내 제일 오래된 목조아미타삼존불상(보물 제1619호)이 모셔져 있다
겨우 차 서너 대 댈 수 있는 손바닥만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소나무 숲길을 지나 108 돌계단 앞에
서면, 양 옆으로 마치 일주문처럼 서 있는 "세심동(洗心洞)과 개심사(開心寺)"라 씌여 있는 비석을
마주하게 된다. "마음 씻는 골짜기" "마음 여는 절" 마음을 활짝 열어 잘 닦고 가라는 얘기 일께다.
108계단을 올라 마침내 봉당(封堂)에 서면 작은 연못 하나, 아직 계절이 일러 연꽃은 새순도 없지만,
봄날에 코끼리가 못(沼)에 목을 추긴다는 상왕산(象王山) 개심사(開心寺) 경내가 살포시 담겨 있다.
개심사 전통 계승에 매진하시다 입적하신 전 주지 선광스님은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하시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에게도 절을 세간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셨다고 하는데, 어느새, 누구의 입으로 알려 졌을까?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연못주위를
에워 싸고 예쁜 절을 하얀 도화지에 옮겨 담으려 화제삼매(畵題三昧)에 여념이 없다.
▲화가들이 화제삼매(畵題三昧)에 여념이 없다
연못 가운데로 놓인 외나무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지나 화사하게 진달래가 반기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협소한 해탈문이 다가선다. 문 옆 왼편으로 뒤틀려 제멋대로 오래 자란 나무를 기둥 삼아
깨묵은 역사의 묵직한 소리가 울릴 것 같은 범종각이 자리하고, 유명한 서예가 해강 김규진이 쓴
"상왕산개심사(象王山開心寺)" 현판이 걸려 있는 안양루(安養樓)가 자리 했다. 오른편으로 공양간과
스님들 선방으로 쓰고 있는 무량수전이 자리해 있고, 해탈문을 지나면 바로 경내, 대웅보전이다.
▲ 살던그래로 뒤틀리고 방툴지고... 벚꽃이 만발한 범종각
대웅보전(보물제143호) 안에는 국내 제일 오래된 목조아미타삼존불상(보물 제1619호)이 모셔져 있고
정면, 마당을 두고 아담한 오층석탑이 자리하고 왼편이 심검당(尋劍堂, 문화재자료제358호),
오른편이 무량수각, 뒷 편에 교육실로 쓰는 안양루다. 한 아름도 더 되는 휘어지고 틀어지고
아름드리 생긴대로의 나무를 기둥 삼아, 문턱 삼아, 멋들어지게 지어진 심검당, 옆으로 나무를 덧 대어
늘린 칸의 공간이 종무소이고 종무소를 나와 바같쪽으로 담벽을 조금 지나면 해우소다. 그냥 풍덩대는 해우소...
▲심검당과 종무소, 구불어지고 휘어지고 자연 그대로의 기둥들.
명부전으로 향하는 길, 마음이 무겁다. 예전엔가 불(佛) 공부 전, 명부전 안 금강역사가 눈을
부라리며 서 계시어 발을 들이지 못하고 도망 나왔던 기억, 어쨋거나 개심사는 명부전이
"지장기도도량"으로 불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전국에서 기도하러 오는 객들로 늘 넘쳐 난다.
▲지장 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명부전
▲명부전 금강장사와 나한들..
명부전 옆댕이 여백으로 아주 오래된 배롱나무 목 백일홍이 아직 새순을 맺지 못하고 냉냉한
가지로 휑하니 서서 무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0일의 찬란한 꽃을 위해 나머지 시간을 부단한
노력과 기도로 점철되어지는 인고의 삶, 저 나무는 예전 경허선사 수행시절, 가르침 한 자락쯤 배워
삶의 이정표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개심사 전경
내 무위도식 삶의 방편에서 언제나 봄날의 화려한 꽃들은 희망과 용기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이 힘든 세상에서 살아 가야할 충분한 명분을 준다. 가장 먼저 오는 산사(山寺)에 꽃들... 오늘은 서산
개심사에서 부처의 화단(花壇)을 만난다.
개심사 가는 길
1)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 32번국도 → 운산 → 한우개량사업소 → 개심사입구 → 개심사
2) 경부고속도로 천안I.C → 아산 → 예산 → 덕산 → 해미 → 운산방향 → 개심사 입구 →개심사
현지교통 : 서산공영버스터미널 → 운산/해미 버스승강장 → 개심사행 시내버스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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