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편지

개망초- 옛 풀잎 하나

백암 박용신 2022. 8. 23. 18:41

개망초! / 박용신

 참 해괴한 이름입니다.
이 풀이 밭에 무성하면 농사를 망친다고
지어진 이름이래요.

 

한 해 거른 게으른 농부의 밭에는
어김없이 희고 자잘한 꽃들이 촘촘히 자리잡고
바람결에 물결처럼 일렁이는데
뽑아 내고 뽑아 버려도 금새 다시 자라
꽃을 피우는, 이름은 개떡같으나 꽃이 예쁜 개망초.

가운데가 노랗고 꽃잎이 하얀_
옛날에 어머니가 도시락 밑바닥에 혼자만 먹으라고
꽁보리밥으로 덮어 싸 주셨던 계란 후라이가 생각났습니다.
친구들에게 들킬까 봐 조금씩 조금씩 알겨 먹던 그맛,


북미에서 들어왔지만 이제는 우리꽃이 되어버린 개망초꽃,
요리 예쁜꽃을 뽑아 버리는 것이 안됐지만
조금은 농사꾼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개망초? 개망초? 개망인, 개망나니, 가  많은 세상, 으이그 지구를 떠나거라!

 

2005.5.30 풀잎편지 (pooli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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