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간다는 것_ 귀로/ 박용신 물고기가 산에 살고 나무가 바다에 산다면 물고기는 물을 버리고 산에 오를까? 나무는 산을 버리고 바다로 나아갈까? 결국 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수 만번 꿈꾸고 시도 해 왔던 그 황홀한 자살도 넘실대는 파도 앞에 무릎을 꿇고, 처절한 패배의 용기만 확인 한 채, 소주 한 잔에 한치 회 한 점, 그렇게 동해바다를 한 입에 털어 넣고 나를 기다리는 일상들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깊게 깊게 침잠해 있던 권태가 넝마처럼 다시 빨래줄에 걸릴 것이고 희망이 보이던가? 욕망과 야망은 어떻게 다른가? 집으로 간다는 것. - 귀로. 그것은 휴식이다. 지친 탐미주의자의 안식이다. 욕망을, 야망을 잉태하기 위한 달콤한 결혼 첫날의 섹스이기도 하다. 어차피 관념일 수 밖에 ..